Ⅰ. 서 론
1. 연구의 배경
2018년 말 기준 우리나라의 운전면허 소지자 수는 약 3천 2백만 명으로 집계되었다.1) 이는 전체 인구 중 1인당 0.62명, 만18세 이상 인구만을 대상으로 하면 1인당 0.75명이 운전면허를 소지하고 있는 수준이다. 그 만큼 자동차 이용이 일상화되었고, 차를 이용하지 않으면 불편을 느낄 수 있는 인구가 많다. 특히 이중 약 9.5%에 해당하는 3백 7만 명은 65세 이상 고령자이다. 고령화 사회가 진행되면서 이 비중은 앞으로 더 높아 질 것으로 예상된다.
운전면허 소지자 중에는 예기치 않은 사고나 재해를 당하거나 질병으로 신체적, 정신적 건강이 악화되면 서 운전을 지속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성검사 제도를 통해 「도로교통법 시행령」 제45조에 따른 운전면허 적성기준을 만족시키는지 검사하는 절차를 거치도록 한 다. 또한, 운전면허 취득 이후 후천적인 신체적 장애나 정신적 질환으로 운전면허를 유지하는 것이 적정한지 판단하기 위해 수시적성검사제도를 운영한다. 이 경우 운전적성판정위원회에서 심사대상자에 대한 합격, 불 합격, 판정유예 등을 결정한다.
그렇지만 운전면허 취소 대상자가 운전을 전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가령, 청력이 떨어지는 경우는 보청기 를 통해 보정할 수 있고 다리가 불편하더라도 손으로 가속페달과 브레이크를 작동시키는 보조 장치를 이용 한다면 충분히 운전할 수 있다. 이런 차원에서는 우리나라는 「도로교통법 시행령」 제45조에 따라 보조 장치 가 있을 경우에 한해서 운전을 허용하는 조건부 운전면허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이러한 조건부 운전면허제도를 확대 적용하여 고령자가 운전할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보장할 필요 가 있다는 주장이 늘고 있다. 고령자의 운전면허 반납제도만을 강조하기보다 차를 운전해야만 일상생활이 가능한 고령자는 최대한 운전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편이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OECD, 2001). 특히 대중교통 서비스가 발달하지 않은 농촌 지역에 거주하는 고령 자들은 차를 직접 운전하지 못할 경우 일상생활에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들은 신체적, 인지적 능 력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집에서 상점, 병원, 종교시설 등까지 운전하기를 희망할 수 있다. 만약 정상적인 운 전면허 적성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더라도 안전한 운전을 담보할 수 있는 조건을 설정할 수 있다면 운전을 제 한적으로 허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2. 연구의 목적
미국, 독일, 스위스, 호주, 일본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는 이미 신체적 장애가 있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특 정한 도로환경 조건에서는 운전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조건부 운전면허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주로 고령 운전자가 가능한 오랫동안 운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이다. 본 연구는 외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우리나라 고령 운전자의 운전 기회를 확대할 수 있는 조건부 운전면허제도 개선 방향을 찾고자 한다. 이런 개선 방향은 향후 고령 운전자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Ⅱ. 관련 이론 및 문헌 고찰
1. 조건부 운전면허제도
조건부 운전면허란 정규 운전면허와 달리 특정한 조건 하에서만 운전이 가능한 운전면허를 지칭한다. 운 전자의 신체적, 인지적 능력이 정상적인 운전면허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지만 특정한 보조장치나 특정한 도로환경에서는 안전한 운전이 가능하다고 판단하여 제한적으로 운전을 허용하기 위해 발급된다. 이런 차원 에서 조건부 운전면허는 영어로 conditional driving license 혹은 restrictive driving license로 불린다. 호주에서는 기존 정규 운전면허의 내용을 변경한다는 의미에서 modified driving license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편, 정규 운전면허를 발급받기 전 일정기간 동안 운전 연습을 위해 제한적으로 운전을 허용하는 운전면허(learners permit)와 벌점누적이나 음주운전 등으로 정규 운전면허가 취소된 이후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운전을 허용하는 운전면허도 조건부 운전면허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Yun et al., 2020).
하지만 본 연구에서는 조건부 운전면허제도의 개념을 신체적, 인지적 능력이 정상적인 운전면허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지만 특정 조건을 만족시키는 경우에 운전을 허용하는 제도로 한정한다. 여기서 운전 조건 은 <Table 1>에서 제시된 바와 같이 운전자의 신체적, 인지적 능력을 보조하는 장치, 차량운전 보조기술, 운 전할 수 있는 도로환경 등으로 나누어 정리할 수 있다.
<Table 1>
Driving Condition | Examples |
---|---|
Driver awareness and body assistance | Glasses, hearing aids, prosthetic arm, prosthetic leg |
Vehicle driving assist technology | Foot device, hand controller, convex mirror for prevention of hearing (deafness), horn switch, left accelerator pedal |
Specific road environment | Limited to daytime driving, including roads below 50km/h. |
안경, 보청기 등은 운전자의 인지능력을 보조하는 장치이고, 의수와 의족은 신체활동을 보조하는 장치이 다. 차량운전 보조기술에는 족동장치, 핸드 컨트롤러 등이 대표적이다. 족동장치는 손과 팔을 사용하여 운전 할 수 없는 경우 발로 조향장치를 조정하게 하는 장치이고, 핸드 컨트롤러는 발을 사용하여 운전할 수 없는 경우 손으로 가속페달과 브레이크 등을 조작하게 하는 장치이다. 특정 도로환경 조건은 제한속도가 시속 50km 이내인 도시부 도로에서만 운전을 한정하거나 혹은 높은 집중력을 요하는 고속도로 운전을 제한하는 등 운전이 가능한 도로환경을 제한하는 것을 의미한다.
2. 관련 연구 고찰
Park and Moon(2012)은 일본의 고령자 복지교통정책을 검토한 후 국내 적용 가능한 시사점을 도출한 바 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일본은 교통공백지역에 거주하거나 이동제약이 있는 고령자를 위하여 도어 투 도어 (door to door)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수요대응형 버스’나 ‘특별교통 택시’ 도입, 교통공백지역의 ‘자가용 유상 운송’ 허가, 공공교통 확보·유지 개선 사업 보조금 지원 등을 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지자체별 로 다양한 경로 승차 우대권을 배부하여 버스, 철도, 택시 이용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또한, 일본 은 고령자 운전면허 자진 반납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에 근거하여 고령자 안전운전 교육과 인지 기능 검사를 의무화하고 있고, 운전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고령자의 면허를 정지시키거나 취소하고 있다.
Kim(2014)은 우리나라 고령 운전자의 통행행태와 교통사고 특성을 분석하고, 외국의 고령 운전자 교통안전 대책들과 비교하였다. 특히 고령자 교통안전이 보행자 중심으로 수행되었기 때문에 고령 운전자 사고 예방과 피해 감소를 위한 정책방향을 배제적(survival of fittest) 접근과 보정적(fitting for survival) 접근 전략으로 구분하 였다. 이를 토대로 배재적 접근전략의 대표적 정책방안인 운전면허 제도 개선과 교통 안전 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보급방안을 검토하였다. 그 결과, 운전적성검사 주기 단축, 적성검사 평가항목 및 검사기준 강화, 조건부 면허제도 도입방안 등을 도출하였고, 고령 운전자 교통안전 교육과정 개발 방향과 세부 구성내용을 제시하였다.
이외에 Choe and Kim(2012)은 청소년 운전자를 위한 국내외 운전면허제도를 비교한 바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고령 운전자 또는 조건부 운전면허에 대한 연구는 비교 적 적은 것으로 판단된다.
3. 연구의 차별성
우리나라도 조건부 운전면허제도를 운영 중이지만, 다른 나라에 비하여 운전의 조건 등이 다양하지 못하다. 그리고 이러한 조건부 운전면허제도를 확대하려는 연구도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본 연구는 외국 의 다양한 조건부 운전면허제도 운영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특히 고령자를 위한 기존 조건부 운전면허제도의 개선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관련 문헌을 조사하여 조건부 운전면허제도의 국내 현황과 미국, 독 일, 호주, 일본 등 외국의 관련 제도를 비교하고자 한다. 특히 우리나라에 없는 조건부 운전면허의 조건인 시간 제한, 공간 제한, 속도 제한, 도로 제한, 차량 제한, 개인 맞춤형 등 차원에서 주요 특징을 비교하고자 한다.
다만, 본 연구에서는 조건부 운전면허제도를 확대하기 위하여 필요한 구체적인 방안과 기준에 대하여서는 제시하는 데 분명한 한계가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고령 운전자들의 신체적 능력 및 운전 능력과 관련된 인간공학적 데이터를 중심으로 하는 근거 제시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과학적 근거를 확 보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따라서, 개별 학술 논문에서 구체적인 방안과 기준을 제시하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이에 따라, 본 연구는 우리나라 기존 운전면허제도 중에서 조건부 운전면허의 부족한 부분을 해외 유사 사례에 대한 상세한 조사를 통하여 시사점을 도출하고, 도출된 시사점에 따라 현행 조건부 운전면허제도의 정책적 개선 방향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이러한 본 연구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은 향 후 연구과제에서 보다 상세한 내용을 제시하고자 한다.
Ⅲ. 조건부 운전면허제도 국제 비교
1. 한국
우리나라에서는 「도로교통법」 제80조 제3항 및 제4항에 따라 지방경찰청장이 운전면허를 받을 사람 또는 적성검사를 받은 사람의 신체 상태 또는 운전 능력에 따라 운전면허에 필요한 조건을 붙일 수 있다. 여기서 운전 허용 조건은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54조에 의하여 크게 자동차 등의 구조를 한정하는 조건, 의수·의 족·보청기 등 신체상의 장애를 보완하는 보조수단을 사용하도록 하는 조건, 청각장애인이 운전하는 자동차 에는 청각장애인표지와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볼록거울을 별도로 부착하도록 하는 조건 등이 있다. 자세한 내용은 <Table 2>에 설명되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조건부 운전면허제도는 주로 신체 장애인만을 위해 시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Table 2>
Conditions | Example |
---|---|
Conditions that limit the structure of automobiles, etc. | • Driving only vehicles with automatic transmission • Driving only three or more motor-driven bicycles • Conditions for attaching accelerator pedal or brake by hand, right direction indicator or left accelerator • Driving only vehicles manufactured and approved for the degree of physical disability |
Vehicle driving assist technology | • Prosthetic arm • Prosthetic leg • Hearing aid |
Specific road environment | • Label for the hearing impaired • Convex mirror installation |
2. 미국
미국은 주마다 조건부 운전면허제도가 다르게 운영된다. 도로환경 차원에서 조건부 운전면허를 발급하는 대표적인 주는 일리노이이다. 여기서는 인구 규모가 3,500명 미만의 도시일 경우 자택 주변 병원, 교회, 커뮤 니티 센터 주변을 운전할 수 있는 조건부 운전면허(restricted local license)를 신청할 수 있다. 이 밖에 낮에만 운전을 허용하거나 자택으로부터 반경 20 mile 내에서만 운전을 허용하는 경우, 고속도로 이외의 도로에서만 운전을 허용하는 경우 등이 있다. 조건부 운전면허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도로주행시험을 거쳐야 한다(NHTSA, 2017a). 아이오와 주의 조건부 운전면허제도는 일리노이 주와 유사하다. 다만, 차량운행속도를 제한하는 운전면허와 자택에서 반경 5km 내에서만 운전 범위를 제한하는 운전면허가 있다는 점이 다르다. 또한 도로주행시험을 거치지 않더라도 의사의 요청만으로 제한면허가 발급되는 경우도 있다(NHTSA, 2017b). 참고로 뉴욕 주에서는 음주운전이나 마약, 난폭운전 등으로 운전면허가 취소된 사람을 대상으로 발급되는 조건부 운전면허가 있다. 주로 운전면허가 없으면 일상생활을 하는데 문제가 있는 경우에 한해 근무시간 동 안 자택에서 직장 혹은 학교까지만 운전을 허용하는 운전면허이다. <Fig. 1>에서 제시된 바와 같이 구체적인 운전면허 조건은 운전면허증 뒤에 기재된다(Yun et al., 2020).
3. 독일
독일에서는 의사의 진단에 따라 운전자에게 맞는 맞춤형 조건부 운전면허를 발급하는 것이 특징이다. 가 령 야간 눈부심 등으로 운전이 어려운 운전자에겐 주간 운전만 허용하며, 장거리 운전이 어려운 운전자는 ‘자택에서 반경 x km 이내’에서만 운전을 허용한다. 고속도로 운전이 위험한 운전자에겐 고속도로 운전금지 의 조건을 부여한다. 독일 조건부 운전면허의 가장 큰 특징은 개인별로 맞춤형 조건을 부여한다는 점이다. 즉, 사람마다 신체적, 인지적 특성, 통행 특성에 따라 허용 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 또한, 조건부 운전면허를 부여받은 운전자가 운전 조건의 변경을 원할 경우 운전면허 관리당국에 신청할 수도 있다(Kim, 2014).
4. 호주
호주 빅토리아 주에서도 운전자 맞춤형 조건을 부여한다. 다만 경찰이 명확하게 단속할 수 있도록 정량적 수치 위주로 조건을 운전면허 뒤에 명기한다. 예를 들어 고령 운전자의 경우 75세 이상은 매년 의료 검진을 받아야 하며, 85세 이상은 의료검진과 도로주행시험을 매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운전에 자신이 없거나 담당 의사가 운전 부적합 판정을 내린 경우, 도로주행시험을 원치 않는 경우에는 변경 운전면허(modified license) 를 신청할 수 있다. 변경 운전면허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주로 운전하는 통행목적(쇼핑, 병원, 커뮤니티 센터, 자원봉사, 친척 방문, 기타 등), 통행 거리, 운전 빈도 등을 기재하여 운전면허 관리당국에 제출하고 당국은 기재 내용에 근거하여 필수 통행(essential journey) 여부를 판단한다. 이후 ‘자택에서 x km 이내’에서만 운전 을 허용하는 조건부 운전면허를 발급한다(Transport Roads & Maritime Services, 2013;Sims et al, 2012).
5. 일본
일본의 조건부 운전면허제도는 우리나라와 유사하다(Park and Moon, 2012). 하지만 2019년 고령 운전자가 유발하는 급발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차량에 급발진방지장치 혹은 자동긴급제동장치를 장착한 차량에 한 해 운전을 허용하는 조건부 운전면허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다. 실제로 일본에서 고령 운전자가 유발한 사망 사고 중 가장 높은 비중(29.6%)이 브레이크 대신 가속페달을 밟는 실수로 나타났다. 급발진방지장치는 운전 자가 실수로 브레이크 대신 엑셀 페달을 밟았을 때 이를 자동적으로 인지하고 제동을 걸어주는 장치로 차량 전후에 각각 2개씩 총 4개의 초음파 센서를 차량에 부착하고, 실수로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전후방 3m 이내 에 장애물을 초음파 센서가 감지하여 장애물 발견 시 연료를 차단하여 자동으로 가속을 억제한다. 엔진 출력 이 억제되는 시간은 약 8초 정도이며, 그동안 차내 경고음을 발생시켜 페달을 잘못 밟고 있음을 확실히 인지 할 수 있게 한다. 2021년 11월부터는 모든 신차에 급발진방지장치 장착을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조율 중이다.
6. 국제 비교 요약 및 시사점
국가별 조건부 운전면허 발급 기준 중에서 특정 도로환경과 관련된 내용을 살펴보면 크게 시간적 제한, 공간적 제한, 속도 제한, 도로 제한 등이 있다. 또한, 부가적으로 차량 제한, 개인 맞춤형 제한 등이 있다. 시 간적 제한이란 운전시간에 한정을 둔다는 의미이고 공간적 제한은 운전할 수 있는 범위가 한정된다는 의미 이다. 속도 제한은 조건부 운전면허로 운전할 수 있는 도로의 제한속도가 한정된다는 의미이고, 도로 제한은 대형사고 위험이 큰 고속도로 등을 이용하지 못하는 운전면허를 의미한다. 차량 제한은 자동긴급제동장치처 럼 특정한 차량기술을 장착한 경우에만 운전을 허용하는 운전면허를 의미한다. 개인 맞춤형이란 정형적인 조건부 운전면허의 유형에 벗어나 개별 운전자의 특성을 감안한 조건부 운전면허이다. <Table 3>은 이 기준 에 따른 국가별 조건부 운전면허의 특징을 정리하고 있다.
<Table 3>
Countries | TimeLimit | Space Limit | SpeedLimit | Road Limit | Vehicle Limit | Personalized Conditions |
---|---|---|---|---|---|---|
Korea | X | X | X | X | X | X |
United States(Illinois) | O | O | X | O | X | X |
United States(Iowa) | O | O | O | O | O | X |
United States (New York State) | O | O | O | X | O | X |
Germany | O | O | X | O | O | O |
Australia (Victoria) | O | O | X | X | X | O |
Japan | X | X | X | X | △ | X |
O: implemented, X: not implemented, △: planned to be implemented
다섯 개 국가에서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조건부 운전면허 발급 현황을 비교한 결과 몇 가지 시사점이 발 견된다.
첫째, 한국과 일본을 제외하면 특정 도로환경에서만 운전을 허용하는 조건부 운전면허제도가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렇게 하면 현재 우리나라처럼 신체 장애인만을 대상으로 조건부 운전면허를 운영하는 것 보다 고령자를 포함한 더 많은 운전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다. 특히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차를 운전해 야만 하는 농촌부 고령자들에게 혜택이 될 수 있다. 이렇게 조건부 운전면허 발급 기준을 다양화하면 자칫 교통사고의 위험이 높아질 것을 우려할 수도 있다. 하지만 관련 연구에 의하면 오히려 조건부 운전면허를 소 지한 운전자가 그렇지 않은 운전자보다 사고와 관련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Nasvadi and Wister(2009)는 조건부 운전면허가 고령자들이 교통사고 위험 없이 독립적인 생활을 더 오래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결론 맺었다. Marshall et al.(2002)은 노인을 포함한 모든 연령대에서 조건부 운전면허를 가진 경우 교 통법규 위반이나 과실로 인한 사고 발생 위험이 낮다고 분석하였다.
둘째, 조건부 운전면허제도의 적용 대상을 확대하게 된다면 행정 비용이 추가로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특 정 도로환경에서 조건부 운전면허를 발급하는 모든 나라에서 대상 운전자에 대한 의료기관의 소견서를 검토 하고 있으며 많은 경우 실차 도로주행시험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이는 조건부 운전면허제도 운영으로 상당한 행정비용이 지출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고령자가 누구의 도움 없이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기간 을 더 오래 유지 시킬 수 있다면 고령자를 위한 복지비 지출이 줄어들어 오히려 사회적 편익이 늘어날 수도 있다(OECD, 2001).
셋째, 차량기술과 관련된 조건부 운전면허제도는 앞으로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에는 자동 변 속기 혹은 신체 장애인을 위한 족동장치, 핸드 컨트롤러 등이 조건부 운전면허의 대상이었지만 차량 기술의 발전으로 그 유형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에서 급발진방지장치를 고령자를 위한 조건부 운전 면허의 유형으로 포함시키는 것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자율주행차 기술과 관련해서 발전하고 있는 첨단 운전자지원체계(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 ADAS)와 관련된 조건부 운전면허 발급 방안을 검토할 필 요가 있다. 특히 ADAS와 관련된 교통사고 감소효과는 이미 입증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Cicchino(2017)에 의하면 ADAS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전방충돌경고장치와 자동긴급제동장치를 설치하면 추돌사고 감소 효과가 각각 27%, 43%에 달하며 이 둘을 모두 설치할 경우 추돌사고를 50% 감소시킬 수 있 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유사한 연구 결과는 Isaksson-Hellman and Lindman(2015)에서도 발견된다. IIHS(2017)에 따르면 차로이탈경고장치를 장착한 차량으로 교통사고 건수는 약 10% 감소시킬 수 있지만 사 망사고 건수는 약 85.3%나 감소시킬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넷째, 조건부 운전면허제도는 미리 유형을 정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개인의 신체적, 인지적 능력에 따라 세 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독일과 호주에서는 운전의 시간적 제한, 공간적 제한, 속도 제한, 도로 유형 제한, 차량유형 제한 등을 조건부 운전면허의 유형으로 제시하면서도 개인 맞춤형 조건부 운전면허를 추가적으로 발급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운전면허 발급이 불가능했던 운전자 중에서 운전할 수 있는 대상이 늘어날 수 있다. 가령 야간 운전이 금지된 운전자이지만 야맹증이 심하지 않다면 시간을 엄격히 통제하기보 다 초저녁 시간을 제외한 심야 시간에만 운전을 제한할 수 있다. 특히 최근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ADAS 기술은 개인 맞춤형 조건부 운전면허의 발급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가령, 인지반응시간(recognition response time)이 평균보다 느린 고령자의 경우 전방추돌경고장치, 자동긴급제동장치, 차로이탈경보장치 등이 탑재된 차량은 운전할 수 있도록 운전면허를 완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Ⅳ. 조건부 운전면허 개선 방향
1. 운전면허 조건의 다양화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우리나라는 우선 조건부 운전면허의 대상이 되는 조건을 다양화하는 것이 필요하 다. 특히 「도로교통법」에서 빠져있는 도로환경 차원의 조건이 추가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시간적 제한, 공간 적 제한, 속도 제한, 도로유형 제한 등이 있다. 각 제한 조건은 엄격하게 정량적 기준을 미리 정하는 것보다 대강의 범위 내에서 운전자 특성을 고려하여 맞춤형으로 적용할 수 있는 여지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 령, 어떤 운전자는 집에서 반경 10km처럼 포괄적으로 범위를 한정할 수 있지만, 또 다른 운전자는 집에서 생 활편의시설이 있는 가장 가까운 도심까지로 제한할 수 있다. 즉, 기종점을 특정해서 제한적 운전면허를 발급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조건부 운전면허의 유형을 규정하고 있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54조 ②항에 “도로의 이용 등을 한정하는 조건”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별표에 세부적인 내용으로 시간적 제한, 공간적 범위 제 한, 속도 제한, 도로유형 제한 등을 포함시켜야 한다. 또한, 도로의 이용 등을 한정하는 세부조건은 운전자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한편 최근 적용이 확대되고 있는 ADAS 기술을 탑재할 경우 인지반응시간이 늦은 운전자도 운전을 제한 적으로 허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기술은 특히 인지반응능력이 떨어지는 고령 운전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앞서 제시한 “도로의 이용 등을 한정하는 조건”과 연계하여 적용한다면 효과는 더 클 것으로 보인 다. 이를 위해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54조 ②항 1에서 제시하는 “자동차 등의 구조를 한정하는 조건”에 “운전자를 지원하는 신규 기술”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 세부 기술로는 전방충돌경고장치(forward collision warning system, FCWS), 자동긴급제동장치(autonomous emergency braking system, AEBS), 차선이탈경고장치 (lane departure warning system, LDWS), 차선유지지원장치(lane keeping aid, LKA), 사각지대감지장치(blind spot monitor), 후측방경고장치(blind spot detection) 등이 적시될 필요가 있다. 또한 이 항목에는 차량기술의 개발 및 시장 도입 추이에 맞추어 지속적으로 신규 기술을 포함하여야 한다.
2. 제도 개선에 따른 장래 변화 전망
조건부 운전면허제도 변경의 실효성을 미리 파악하기 위해서 운전면허가 제한되는 조건을 다양화할 경우 실제로 얼마나 많은 운전자가 혜택을 볼 수 있는지 가늠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현재 운영되고 있 는 정기적성검사와 수시적성검사에서 얼마나 많은 운전자가 어떤 결격사유 때문에 운전면허를 취득하지 못 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들이 어떤 유형의 제한 조건을 통해 구제될 수 있는지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도입해야 할 조건의 우선순위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시력, 청력, 신체거동, 인지반응 등의 문 제로 운전면허가 취소되거나 격하되는 운전자를 파악하고 이들이 운전면허 조건을 다양화했을 때 얼마나 많 은 운전자들이 조건부 운전면허에 부합할 수 있는지 조사해 볼 수 있다.
한편 수시적성검사에서 누락되고 있는 운전자 중에는 고령 운전자가 많다. 운전능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신체적 능력 저하나 정신적 질환이 의료기관에서 발견되지 않는 한 수시적성검사 대상에서 빠지기 때문이 다. 만약 어떤 고령 운전자가 운전능력은 현격히 떨어졌지만 특별히 의료기관에 가지 않는다면 본인이 직접 수시적성검사를 요청하지 않는 이상 검사를 진행할 수 없다. 특히 운전이 꼭 필요한 노인일수록 수시적성검 사를 피하려는 경향이 생길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고령 운전자에 대해서는 별도의 연구를 통해 다양한 운 전면허 조건 유형별로 얼마나 많은 고령 운전자가 조건부 운전면허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그 영향을 평 가할 필요가 있다. 미국, 독일, 호주 등 비교국가의 사례를 살펴보면 농촌에 거주하는 노인들이 시간적 제한 과 공간적 제한을 통해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Nasvadi and Wister, 2009). 우리나라에서도 노인 인구의 통행목적, 통행거리, 통행수단 등 통행실태를 조사하면 이런 영향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3. 기존 운전면허 관리체계와의 연계
조건부 운전면허제도는 기존의 운전면허 관리체계의 틀 안에서 관리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운 전면허 정기적성검사 혹은 수시적성검사에서 운전면허가 취소되는 경우 조건부 운전면허 대상이 되는지를 검토할 때 새로운 절차가 포함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시간적 제한이나 공간적 제한에 해당하는 조건부 운전면허를 발급하기 위해서는 비교국가에서처 럼 의료진의 판단과 운전자 실차주행시험이 추가로 요구될 것이다. 따라서 이를 위한 제도와 절차의 정비가 우선되어야 한다. 또한, 조건부 운전면허증의 교부 및 관리에 대한 행정 서비스도 운전면허발급당국의 추가 적인 업무가 될 것이다. 이에 대한 사전 준비도 요구된다.
한편 조건부 운전면허제도를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운전면허 자진 반납제도와 연계시켜 모든 고령 운전자가 운전면허를 반납하지 않고, 조건부 운전면허에 해당할 경우 운전을 지속할 수 있음을 같이 안내할 필요도 있다. 이렇게 하면 운전을 포기하는 고령 운전자를 줄일 수 있고 모든 고령 운전자가 운전을 하면 위 험하다는 획일적 인식에서 벗어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Ⅴ. 결론 및 향후 연구과제
1. 결론
많은 나라에서 정규 운전면허 발급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할 때, 특정한 조건을 만족시키는 경우에서만 운 전을 허용하는 조건부 운전면허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시각, 청각, 신체 활동 등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특별히 운전할 수 있도록 자동차의 구조를 개선하거나 신체 활동 보조수단을 이용하는 조건 으로 면허를 발급하고 있다. 하지만 고령 운전자가 늘어나면서 기존 조건부 운전면허의 허용 조건을 다양화 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본 연구는 우리나라와 미국, 독일, 호주, 일본 등 외국의 조건부 운전면허 제도를 비교한 후 우리나라에서 고령 운전자가 가급적 운전을 오래 지속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조건부 운전면허제도의 개선 방향을 찾기 위해 시도되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제한적으로 운전면허가 허용되는 조건을 다양 화하여 폭넓은 운전자가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조건부 운전면허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조건부 운전면허제도의 허용기준 다양화는 고령자뿐만 아니라 차를 운전하지 않으면 일상생활에 어려움 을 겪는 모든 운전자들에게 혜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2. 연구의 한계
본 연구는 우리나라 기존 운전면허제도 중에서 조건부 운전면허의 부족한 부분을 해외 유사 사례 등을 통 하여 시사점을 도출하고, 도출된 시사점에 따라 현행 조건부 운전면허제도의 정책적 개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적인 개선 방향이 해외 유사 사례를 기반으로 제시되다 보니, 우리나라 현실과 맞 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찰청, 도로교통공단, 고령 운전자 등 본 연구에서 제안 하고 있는 조건부 운전면허 개선 관련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설문조사와 고령 운전자들의 신체적 능력과 관 련된 데이터를 중심으로 하는 근거 제시가 필요하다. 하지만,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데이터를 근거로한 증거 제시가 부족하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설문조사와 조건부 운전면허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조건부 운전면허 개선은 고령화 시대를 대비하 는 차원에서 국가 연구개발사업 등을 통해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수행될 필요가 있다.
3. 향후 연구 과제
특히 특정한 도로환경에서만 운전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이 우선 추진되어야 한다. 또한, 운전자 맞 춤형 조건부 운전면허를 첨단 차량안전 기술과 연계시켜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조건부 운전면허제도의 개선을 위해 추가되어야 할 조건의 세부사항은 어떻게 결정해야 할지, 그럴 경우 어 떤 운전자들이 얼마나 많이 혜택을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특히 고령 운전자에게 어 떤 영향이 미칠치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새로운 조건부 운전면허제도의 도입을 위해서는 의료진 의 소견서와 실차주행시험도 늘려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따라서 조건부 운전면허제도 완성과 관련한 행정 적 준비가 필요하다.
조건부 운전면허제도의 확대는 고령 운전자들에게 더 오랫동안 운전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효과가 있 다. 고령자들은 신체적, 인지적 능력에서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고령 운전자라고 해서 무작정 운전면허를 반납하도록 유도하는 편보다는 운전이 가능한 경우에는 선별적으로 특정 조건 하에서만 운전을 허용하는 방 안이 합리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고령자의 이동권을 강화하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 하지만 조건부 운전면허제도가 자칫 교통안전에 오히려 저해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차원에서 조건부 운전면허 제도를 시행하기 전에 시범적으로 제도를 운영하여 교통안전 차원에서 문제가 없는지 가장 필요한 계층은 누구인지 사전에 파악하는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고령 운전자들의 신체적 능력과 관련된 많은 실험과 제한 사항에 대한 심도있는 분석이 필요로 한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 를 보이는 우리나라의 조건부 운전면허 제도 도입을 위하여 경찰청, 도로교통공단, 의료기관, 연구기관 및 고령 운전자들이 모두 참여하는 장기적인 국가 연구개발사업 등을 제안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