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론
2018년 8월 아시아 최초로 중국에서 발생한 아프리카 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 ASF)은 주변 국가뿐 아니라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파주를 기점으로 국내에도 유입된 ASF는 2019년 9월부터 11월까지 3개월 만 에 양돈 125,878두의 피해를 입힌 바 있다(Paju City, 2020). 세계적으로 많은 재산 피해를 입힌 ASF의 확산을 시작으로 국내외를 막론하고 가축전염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세계동물보건기구(The World Organization for Animal Health; OIE)에서는 매년 특정 가축전염병을 연구 대상으로 선정하고 집중적인 역학 연구를 수행해오고 있으며(Mansour et al., 2015), 그 밖에도 다양한 관점에서의 가축전염병 관련 연구가 수행 되고 있다.
하지만 가축전염병에 대한 관심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실제 방역절차는 정량화된 기준이나 실효성 있는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어있지 않다. 국내 방역절차의 경우 최초 발생 시설과의 거리에 따라서 일괄적으로 관 리지역, 보호지역, 예찰지역의 등급을 정하고, 동일 등급 내의 방역지역을 대상으로 통일된 살처분 및 이동 제한 처분을 적용하고 있다(Korea Law Information Center, 2019). 거리 기준으로 단일화된 방역절차로 인해 실제로 전염 위험성이 없음에도 살처분을 당하는 농가가 발생하고 있으며, 실제로 국내 사회재해로 발생한 손실액 중 가축전염병으로 인한 피해액은 76%(가축질병 830억원, 사회재난피해액 1,992억원)로 가장 높은 비 율을 차지하고 있다(Gho, 2018).
농림축산식품부는 구제역의 전파 경로를 추적하여 가축전염병 전파 요인의 비율을 도출하였는데, 가축 관 련차량이 78.8%로 가장 높은 요인인 것으로 나타났다(Noh, 2015). 또한 Lowe et al.(2014)는 미국에서 발병한 돼지유행성설사(Porcine epidemic diarrhea virus; PEDV) 발병 당시의 돼지 운반 트레일러의 환경 샘플을 조사 하여, 전염병의 주요 전파 요인이 차량을 통한 이동과정에 있음을 밝혔다. Horst(1998)은 실제 바이러스의 전 파를 시뮬레이션하여 전염병 전파의 주요 요인들을 선정하였는데, 입출국하는 축산물 트럭이 가장 주요 요 인으로 선정되었다. 이와 같이 많은 연구에서 가축전염병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 가축관련 운송차량 중 심의 분석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음에도, 차량 기준의 국내 역학조사 사례 또한 부족한 실정이다.
사례 부족의 근본적인 원인은 가축관련 운송차량의 위치정보 부재에 있다. 국내에서 국가가축방역시스템 (Korea Animal Health Integrated System; KAHIS)을 통하여 축산시설 기준으로 가축관련 운송차량의 출입 정보 를 구축하고 있어 시설 간의 이동 내역 도출은 가능하나, 차량이 이용한 도로 링크나 위치정보가 포함되지 않아서 시설 간 이동 시의 이용된 도로 궤적은 알 수 없다. 일부 연구가 해당 데이터를 통해 방역에 취약한 시설을 도출하려는 시도를 수행하였으나, 이와 같은 이유로 시설 간의 물리적 네트워크 연결성 분석을 시행 하였을 뿐 실제 차량이 이용한 도로 링크를 정확하게 도출하지 못했다(Lee et al., 2018; Jeong et al., 2019). 현 재에는 가축관련 운송차량의 위치정보가 없으므로 해당 차량의 도로 이동성이 전염병 전파에 미치는 영향을 공간적, 정량적으로 분석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축산시설 방문이력 데이터를 기반으로 DTG 데이터의 상업용 차량 위치정보 중 가축관 련 운송차량을 추출하고 각 차량의 이동궤적을 분석하고자 하였다. 또한, 해당 차량의 도로 링크 별 체류 시 간을 집계하여 도로링크별 가축전염병 확산 위험과 읍·면·동 단위의 지역별 전염 가능성을 노출도 지표로 도출하고자 하였다. 이를 통해 국내에서는 기존에 제공된 바 없는 가축관련 운송차량의 위치정보를 데이터 베이스 형태로 구축하고, 최종적으로는 가축관련 운송차량이 실제로 이용한 도로 링크를 대상으로 정량화된 위험도를 산출하여, 방역 지역의 선정을 위한 합리적인 기준을 제시하고자 한다.
Ⅱ. 방 법 론
DTG 데이터는 상업용 차량의 운행기록을 실시간으로 저장하고 있으나 화물차량이 어떤 품목의 화물을 적재했는지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없다. 본 연구에서는 DTG 데이터로부터 가축관련 운송차량들의 정보를 추 출하기 위하여, 가축관련 운송차량의 주행 행태가 특정한 패턴을 가진다고 가정하였다. KAHIS(Korea Animal Health Integrated System)의 축산시설 방문이력 데이터에서 도출해낸 축산시설의 좌표를 기준으로 각 시설의 인근 원형좌표 100m 내에서 평균 축산물 상/하역 시간인 5분 동안 정차하는 경우를 ‘가축관련활동’이라고 가정1)하였으며, 상/하역 행태를 반영하기 위하여 1일 중 가축관련활동을 2회 이상 수행하는 차량을 가축관 련 운송차량으로 추출하였다. 추출된 가축관련 운송차량의 위치정보는 가장 가까운 링크에 매칭하여 실제로 해당 차량이 이용한 도로 링크를 도출하였다. <Fig. 1>은 DTG 데이터로부터 도출된 가축관련 운송차량 이동 궤적의 예시를 보여준다.
또한, 차량운행궤적에 따른 도로 및 지역의 가축전염병 노출정도를 정량화하기 위하여 각 도로 링크별로 가축관련 운송차량의 총 체류 시간을 도출하였다. 특정 시설에서 주차한 가축관련 운송차량이 시동을 정지하 였을 때 DTG 상에서 누락되는 동안의 시간도 체류 시간에 포함하기 위해 링크별로 가축관련 운송차량이 링크 에 진입·진출한 시간을 기준으로 체류 시간을 산정하였으며, 체류 시간을 합산하여 각 링크의 노출도로 산정하 였다. 그리고 링크 매칭의 오류를 보완하고 존 단위의 노출도를 산정하기 위해, 각 행정동 내 위치한 링크들의 노출도를 합산하였다. 이 때, 행정구역의 규모로 인하여 노출도가 높아지는 경우를 보완하기 위해 합산된 노출 도를 각 행정동의 면적으로 나누어 단위면적 당 노출도를 합산하였다. 합산된 행정동 별 단위면적 당 노출도를 존 노출도로 선정하였으며, 최종적으로 링크 노출도와 존 노출도의 발생 빈도를 기준으로 노출도 지표 수준을 ‘고위험’, ‘위험’, ‘저위험’, ‘안전’ 4가지 등급으로 분할하고 각 단계의 기준치를 도출하였다.
Ⅲ. 데이터 수집 및 전처리
본 연구는 국내의 축산시설이 밀집되어있는 경기도를 공간적 범위로 설정하고, 2017년 12월 4일(월)에서 8 일(금)까지 5일 동안을 시간적 범위로 설정하여 분석을 수행하였다. 해당 시공간 범위에 포함되는 KAHIS에 서 제공한 축산시설 방문이력 데이터와 한국 교통공단에서 제공한 DTG 데이터를 분석에 이용하였다. 가축 관련 운송차량의 실제 도로이용궤적 도출을 위한 링크정보는 KTDB(Korea Transport Database)에서 제공하는 도로망 GIS를 사용하였으며, 각 링크의 행정동 분포 현황을 분석하기 위한 행정구역 자료는 행정안전부에서 제공하는 행정구역도를 활용하였다.
1. 축산시설 방문이력 데이터
<Table 1>에서 보여지는 바와 같이, 축산시설 방문이력 데이터는 각 차량이 각 시설을 방문한 순간을 기 점으로 방문 시간, 시설 종류, 시설 주소, 차량이 적재한 축종, 방문 목적, 차량 번호가 기재된다. 5일간 총 12,348,940행의 데이터가 수집되었으며, 분석 범위에 포함되는 2,116,905행의 데이터를 연구에 사용하였다. 분석을 위하여 해당 데이터에서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차량 ID를 임의의 Key값으로 변환하였으며, 축산시설 의 주소 정보는 Geocoding을 이용하여 좌표로 변환하였다.
2. DTG 데이터
DTG 데이터는 국내의 모든 상업용 차량의 위치, 속도, 가속도 등의 20여 개의 정보를 1초 단위로 저장한 다. <Table 2>와 같이 분석에 유의한 변수인 차량 ID, 종류, 속도, X 좌표, Y 좌표, 시간 6개 변수를 추출하여 사용하였으며, 1개월 기준 약 400억 행 이상의 데이터가 전처리되어 이 중 차량 종류가 화물차량인 2,499,788 행의 데이터를 연구에 사용하였다. 축산시설의 좌표를 기준으로 100m 반경 내에서 평균 축산물 상/하역 시 간인 5분 동안 정차하는 가축관련활동을 1일 2회 이상 수행하는 차량을 가축관련 운송차량으로 추출하였으 며, 추출된 각 차량들이 이용한 도로 링크와 링크 체류 시간을 산정하였다. 도출된 데이터는 시설 이동 내역 을 기준으로 축산시설 방문이력 데이터와 매칭되었다.
Ⅳ. 분석 결과
<Fig. 2>는 경기도 지역내 좌표로 변환된 축산시설의 주소를 지도상에 매핑한 결과를 보여주며, (a)에서는 가축농장 시설을, (b)에서는 가축농장을 제외한 집유장, 도축장 등과 같은 기타 축산시설의 위치를 보여주고 있다. 축산시설 방문이력 데이터로부터 총 3,970개의 축산시설 좌표를 도출하였으며, 해당 좌표를 근거로 하 여 가축관련 운송차량을 추정하였다.
본 연구에서 제시한 방법론적 프레임에 따라 가축관련 운송차량의 이동궤적을 분석한 결과, 5일간 총 670 대의 가축관련 운송차량과 해당 차량과 관련된 279,135행의 이동궤적 정보를 도출하였다. <Table 3>은 본 연 구에서 구축한 통합 DB로 축산시설 방문이력 데이터로부터 추출한 축산시설위치와 이 시설들을 방문한 가 축관련 운송차량을 DTG데이터로부터 추출하여 이동궤적을 매칭한 결과이다. 통합 DB로부터 도출한 5일간 전체 가축관련 운송차량들의 이동궤적은 <Fig. 3>과 같다.
도출된 가축관련 운송차량의 궤적을 통해 각 도로링크 단위로 얼마나 전염병 확산에 노출되었는지를 측 정하였다. 방법론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노출도를 측정하기 위한 지표는 차량이 도로를 점유한 시간(time occupancy)들의 총합으로 하였다. <Fig. 4>와 같이, 도로 링크 및 행정동 기준의 링크/존별 노출도를 누적분포 의 형태로 시각화하였으며, 4분위수 기반으로 노출도의 등급을 분류하는 임계치를 제시하였다. (a)는 전체 도 로링크 605,498개 중 분석기간 중 가축관련 운송차량이 통과한 88,069개의 도로 링크를 기반으로 노출도 지 표의 분포를 보여주고 있으며, (b)는 존별 노출도의 분포를 보여주고 있다. 1일간 단위 도로링크 (평균 도로 링크 길이 196m)의 체류시간 총합이 최소 50초/m 이상, 평균 150초/m인 경우 고위험 군의 링크로 볼 수 있 으며, 존 노출도의 경우 1km2 당 200초 이상 체류하였을 때 고위험 군의 존으로 분류되었다.
결과의 검증을 위하여 KAHIS에서 제공하는 법정가축전염병 발생현황(2017년 이후)을 기준으로 전염병 발 생빈도 상위 지역의 존 노출도를 비교하였으며, 그 결과 실제 가축전염병 발생빈도가 18번이었던 경기도 안 성시 일죽면 지역과 가축전염병이 10번 발생했던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이 위에서 정의한 위험 수준 군으로 나타나 본 연구 분석의 결과가 유의한 것을 알 수 있었다. <Fig. 5>는 링크별, 존별 노출도의 분포를 등급별로 시각화하여 표현하였으며 이를 통해 경기도를 기점으로 하여 국내의 여러 지역으로 이동하는 차량 의 이동궤적 및 고위험 군에 포함되는 도로 링크 및 행정동의 분포를 파악할 수 있다. 이로써 기존 가축전염 병 방역전략에 대한 정량적인 평가뿐 아니라 방역을 위한 새로운 거점소독시설의 근거있는 위치 제시도 가 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Ⅴ. 결 론
1. 결론
본 연구는 가축전염병 전파와 상관관계가 높은 가축관련 운송차량의 실제 도로이용궤적을 추적하기 위하 여 축산시설 방문이력 데이터와 DTG 데이터를 활용하여 시공간분석을 수행하였다. 그 결과 가축관련 운송 차량으로 추정되는 차량의 DTG 데이터를 추출하였으며, 정량적인 가축전염볍 방역 기준을 수립할 수 있도 록 해당 화물차량의 도로 이용 실태를 기반으로 링크별, 존별 노출도 지표를 제시하고 위험수준을 정량적으 로 도출하였다. 본 연구를 통해 기존에 국내에서 구축된 적 없는 도로링크 기반의 가축관련 운송차량의 위치 정보를 통합 DB화하고, 도로 및 지역 내 전염병의 전파 위험 정도를 정량적인 지표로 제시하였다. 본 연구 에서 수행된 분석프레임 및 노출도 지표를 통해 기존에 일괄적인 살처분 방역절차로 소모되던 사회적 비용 을 감소시키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2. 정책적 제언
가축전염병 방역에 가축운송차량이 갖는 영향력에 대한 고려가 미흡한 현재의 방역체계가 갖는 여러 문 제점을 본 연구를 통해서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통합 데이터베이스 및 노출도 체계를 기반으로 전염병 발병 전/후의 사전/사후 통제지점을 선정하거나, 방역정책에 대한 정책 간의 우선순위를 선정하기 위 한 기초자료로 사용하는 등 정책수립의 근거자료로 활용이 가능할 것이며, 기존 시행된 방역정책의 효율성 을 평가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가축운송차량의 주요한 이동경로의 통제구간이나, 상시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한 지점을 제시하는 등, 효율적인 전염병 확산방지를 위한 방역기법으로써 활용이 가능하다. 국내의 가축운송차량을 대상으로 소독 및 방역을 수행하는 거점소독시설의 적절한 위치를 제시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
3. 연구의 한계 및 향후 연구과제
연구에서 사용된 DTG 데이터는 상업용으로 등록된 차량의 정보만을 집계하기 때문에 비사업용 차량으로 축산활동을 수행하는 경우는 데이터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향후에 비사업용 차량의 위치정보를 포함하 는 Navigation 데이터의 활용을 통해서 더 많은 데이터의 확보 및 수준 높은 매칭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가축차량의 이동궤적 뿐만 아니라, 향후에 모바일 통신데이터도 활용하여 연구의 범위를 가축전염병에 서 인수공통 감염병으로 확장한 연구도 기대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 가축관련 운송차량을 추출하는데 사용한 논리는 차량의 이동행태를 통해 적재항목을 예측하 는 방법론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향후에는 다른 분야의 산업을 대상으로도 해당 산업과 관련된 품목을 적재한 차량을 도출하는 것이 가능해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