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론
통행은 파생수요(derived demand)로 인간이 활동(activity)을 영위하는데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Ortuzar and Willumsen, 2011). 일반적으로 활동은 직장, 학교 등과 관련된 필수적인(madatory) 활동과 여가, 쇼핑, 레 저 등 임의적인(duscretionary) 활동들로 구분하며, 활동이 집안에서 이루어지는 또는 집밖에서 이루어지는 것에 따라 구분하기도 한다. 이러한 활동들은 하루 24시간을 기준으로 행해지므로 서로 간에 영향을 미치 고 있다. 예를 들면, 집에서의 가사 활동시간이 많아지면 야외 활동시간이 줄어드는 논리이다. 또한 외부 활 동을 하는 경우 통행이라는 활동이 자연스럽게 추가된다. 최근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인해 스마트 폰의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이러한 활동 패턴은 더욱 다양하게 발생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과거자료 를 기반으로 활동과 통행시간의 변화를 이해하는 것은 교통계획이나 교통정책을 수립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교통분야에서는 이러한 일상의 생활속에서 통행시간이 차지하는 비중이 일정하다는 통행시간예산(travel time budget; TTB) 또는 통행시간지출(travel time expenditure) 이론이 Tanner(1961)에 의해 처음으로 제시되었 으며, 이후 Zahavi(1974)의 실증적 연구를 통해 뒷받침되었다.
Zahavi and Ryan(1980)의 연구에서 미국의 워싱턴 DC와 Twin Cities를 사례로 분석한 결과 집계적 측면에 서 평균 일일통행시간이 1.1시간으로 비교적 일정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Zahavi and Talvitie(1980)도 12개 국 가의 주요도시들의 통행자의 평균 일일통행시간을 비교한 결과 1-1.3시간을 전후하여 비교적 일정하게 나타 나는 것으로 분석하였다. 유사하게 Schafer and Victor(2000)도 30개 이상의 국가를 비교한 결과 시공간적으로 통행자의 평균 일일통행시간이 1.1시간에 근접한 것으로 분석하였다. 국내의 경우도 Choo and Na(2011)는 2002년과 2006년 수도권가구통행실태조사 자료를 이용하여 분석한 결과 통행자의 평균 평일통행시간이 80 분내외로 나타나 비교적 일정한 것으로 분석하였다. Chang(2018)은 1999년-2014년 동안 실시한 4번의 생활시 간조사자료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전체 통행자의 평균 평일통행시간이 95-106분으로 나타나 비교적 안정 적인 패턴을 보여주는 것을 확인하였다. Koo and Choo(2018)도 동일한 자료를 사용하여 서울시 통행자의 평 균 평일통행시간을 분석한 결과 통행자의 평균 평일통행시간은 103-113분으로 나타났으며, 통계적으로도 2004-2014는 평균통행시간의 차이가 없어 통행시간예산이 존재하는 것으.로 분석하였다.
이러한 결과들은 전통적인 통행수요모형에서 통행시간이 비효용(disutility)이라는 이론과 상충되는 것으로 사람들이 통행시간 또는 통행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동한다는 가정을 부정하는 것이다(Mokhtarian and Chen, 2004). 최근 Ahmed and Stopher(2014)는 통행시간예산 관련된 기존연구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기존 연구들이 다양한 자료와 방법론을 사용하고 있어 통행시간예산을 일반화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통행 시간예산의 근본적인 원인규명도 불분명하므로 이 분야의 패널데이터를 활용한 연구가 필요한 것으로 제안 하기도 하였다. 따라서 교통계획이나 교통정책분야에서 통행시간예산 이론은 지속적으로 다루어져야 할 주 제이다. 특히 하루 24시간 제약조건하에서 다양한 외부 활동들이 통행시간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통행시 간과 외부 활동간의 상관성을 규명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서울시 생활시간조사 자료를 활용하여 통행시간과 비가정 활동시간과의 상관성을 규 명하고, 이를 전제로 통행시간예산에 미치는 영향요인들을 시계열적으로 비교·분석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통행시간과 비가정 활동시간에 대한 SUR(Seemingly Unrelated Regression)모형을 개발하였으며, 다양한 가구 및 개인속성을 독립변수로 고려하여 시계열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비교하였다.
Ⅱ. 선행연구 고찰
국내 통행시간예산 연구는 주로 가구통행실태조사를 이용한 경우와 생활시간조사를 이용한 경우가 대부 분이다. 또한, 기초통계분석을 통해 통행시간예산의 일관성 여부와 사회경제적 요인별로 통행시간예산의 차 이가 있는지를 검토한 연구가 주를 이루고 있다.
Kim et al.(2009)은 2002년 가구통행실태조사 자료를 기반으로 의사결정나무법(CART)과 회귀모형 분석을 이용하여 통행시간예산에 미치는 요인을 분석하였으며, 주로 나이, 주택규모 및 종류, 고용형태, 직업, 세대 주 관계 등이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Na and Yuh(2011)는 2002년과 2006년의 수도권 가구통 행실태조사 자료를 이용하여 지역별로 통행시간예산과 개인속성(연령, 고용 등), 가구속성(소득, 차량), 지역 속성(토지이용, 접근도 등)간의 상관분석을 수행하여 지역별로 영향력에 차이가 있음을 규명하였다. Kim et al.(2016)은 2010년 서울시 가구통행실태조사 자료를 이용하여 6개의 교통수단별 통행시간의 비율에 대한 SUR모형을 구축하였으며, 개인(성별, 연령, 고용 등), 가구(주택유형, 자동차 보유, 가수원수 등), 토지이용(시 설멸 연면적), 교통시설(지하철 역세권, 버스정류장 수, 도로면적 등) 관련 속성을 독립변수로 고려하였다. 분 석결과, 개인의 수단별 통행시간간에 상호 영향을 주고 있으며, 인구 및 사회경제 관련 변수들이 수단별로 통행시간에 다른 영향을 주는 것을 확인하였다.
Jung(2012)은 2010년부터 과거 10년간 국민생활시간조사 자료를 활용하여 지역별, 시간대별 이동비율의 변 화를 살펴보았으며, 이원분산분석을 통해 도시지역과 농촌지역 등 지역별로 차이가 있음을 규명하였다. Kwon and Jun(2014)은 2009년 생활시간조사 자료를 활용하여 수도권 맞벌이 가구의 남편과 아내간의 교통수 단별 통근시간의 차이를 분석하였으며, 통근과 가사 관련 다항로짓형태의 수단선택모형을 구축하여 통행 유 형에 따라 맞벌이 가구의 수단 선택의 선호도가 다른 것을 확인하였다. 또한, Chang(2018)은 1999-2014년 생 활시간조사 자료를 분석하여 전국민의 경우 100분내외로 비교적 통행시간이 일정함을 규명하였으며, 연도별 로 성별, 연령, 소득수준에 따라 일 평균 총통행시간의 차이가 있음을 분석하였다. 최근 Koo and Choo(2016) 도 서울시의 1999-2014년 생활시간조사를 활용하여 평일과 주말 통행시간에 대한 다중회귀모형을 구축하여 가구특성(주거유형, 주거보유 등), 개인특성(성별, 연령 등), 업무 및 여가 활동시간 등이 통행시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연도별, 요일별로 변수들의 계수값의 차이가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한편, 국외연구는 Mokhtarian and Chen(2004)과 Ahmed and Stopher(2014)가 통행시간예산 관련 기존 연구들 을 분석하여 통행시간예산의 일정 여부와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정리하였다. 두 연구 모두 통행시간예산 이 일정하다는 결론 보다는 다양성이 존재하므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함을 시사하였으며, 추가로 인구(성 별, 나이 등) 및 사회경제적(가구규모, 소득, 직업, 거주지 등) 요인과 도착지 및 거주지 등의 토지이용 특성 들이 통행시간예산에 영향을 주는 요인임을 확인하였다. Chen and Mokhtarian(2006)은 San Francisco Bay Area 의 1996년 가구통행실태조사 자료를 이용하여 활동시간과 통행시간이 예산제약하에서 상쇄효과를 추정하는 AIDS(Almost Ideal Demand System) 모형을 구축하였다. 모형추정 결과, 임의(discretionary) 활동 시간에 대한 통행시간비가 유지(maintenance) 활동 시간에 비해 보다 탄력적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성별, 나이, 인종, 소득 등이 임의 또는 유지활동에 대한 시간배정(time allocation)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기존 연구들은 주로 통행시간에 대한 회귀분석 모형이나 기초통계검정(t 검정, 카이제곱 검정 등) 방법 등 을 통해 통행시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하였으며, 일부 SUR모형을 활용하여 통행시간예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으나 이들 모형에서도 활동 등을 고려하지 않고 교통수단간 통행시간의 상관성만 고려하였 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활동시간과 통행시간의 상관성을 고려한 SUR모형을 개발하여 통행시간예산에 영 향을 미치는 요인을 규명하고자 한다.
Ⅲ. 분석자료 및 기초분석
1. 생활시간조사 개요
본 연구에서는 통계청에서 5년 주기로 전국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생활시간조사 자료를 분석에 활용하였 다. 이 생활시간조사는 1999년부터 5년마다 10세 이상 인구의 개인시간 활용을 조사하는 것으로 미국, 영 국, 일본, 호주 등 다른 나라에서도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Time Use Survey와 유사하며 국제 비교자료 로도 활용되고 있다. 조사항목은 2014년 기준 총 32개 항목으로 가구 관련 사항(가구주와 관계, 성별, 출생 연월, 혼인, 주거 면적 등 10개 항목), 개인 관련 사항(시간압박 여부 및 이유, 일과후 피곤함 정도 및 이유, 주관적 만족감, 직업, 종사상 지위, 주업 및 부업시간, 개인소득, 교육 등 13개 항목), 시간일지(주된 행동, 행위장소/이동수단, 함께한 사람 등 9개 항목)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시간일지는 평일 및 주말 중 2일 동 안 10분 간격으로 행동내용 등을 작성하는 방식이다. 본 연구는 자료구득의 제약으로 인해 2019년을 제외 하고 1999년, 2004년, 2009년, 2014년의 생활시간조사 자료만을 활용하였다(Korea Statistical Information Service, 2020).
조사시기 및 조사대상의 경우, 1999년과 2004년에는 9월에 조사를 실시했으며 각각 17,000가구(43,000명), 12,750가구(32,000명)를 대상으로 하였다. 반면에 2009년에는 3월과 9월에 8,100가구(20,263명)를, 2014년에는 7월, 9월, 12월에 12,000가구(27,000명)를 대상으로 실시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공간적 범위를 서울시로 한정 하여 분석하고자 한다. 원시자료의 데이터 클리닝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분석에 활용한 평일 기준자료는 1999년 4,039명, 2004년 3,199명, 2009년 2,030명, 2014년 2,667명이다. 여기서 연속된 평일이 조사된 경우는 첫째날을 임의로 선택하였으며, 분석자료 클리닝 과정은 Koo(2018)의 방법을 동일하게 적용하였다. 또한, 분 석의 편의를 위해 활동유형은 일반적으로 교통에서 분류하는 가정내 활동(home activity), 비가정 일관련 활 동(non-home work activity), 비가정 학업관련 활동(non-home school activity), 비가정 여가활동(non-home leisure activity), 비가정 기타활동(non-home other activity)으로 구분하였다.
2. 활동시간 및 통행시간 특성
먼저 분석자료를 활용하여 각 연도의 유형별 평균 활동시간 및 통행시간을 분석하고자 한다. <Table 1>에 나타난 것과 같이, 가정에서 활동하는 시간을 보면 1999년 843.1분에서 2014년 871.5분으로 약 3.4% 증가한 반면, 일과 관련한 활동시간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2004년부터 시행된 주 5일제 근무 등 여건변화와 온라인 활동 등에 대한 수요 증가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비가정 활동중 여가 및 기타 활동시간은 1999년 159분에서 2014년 179.5분으로 증가하여 소득증대로 인해 여가나 개인 활동이 증가한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학교 관련 활동시간은 1999년 100.3분에서 2014년 68.9분 으로 크게 감소하여 방과후 활동 등이 점차 줄어들고 있음을 시사한다. 흥미롭게도 통행시간예산 이론처럼 동기간에 평균 통행시간은 104-113분으로 큰 변화는 없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전반적으로 하루의 정해진 시 간 안에서 가정 활동, 비가정 활동, 통행 간의 시간 사용에 있어서 대체 또는 보완 효과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통행시간에 대한 SUR모형 분석을 수행하기에 앞서 <Table 2>와 같이 통행시간과 각 활동시간의 상관성 분석을 수행하였다. 추가로 이동을 필요로 하는 모든 비가정 활동시간의 총합과 통행시간과의 상관성도 분 석하였다. 상관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통행시간은 비가정 여가활동시간을 제외한 다른 유형의 활동시간들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대체적으로 가정 활동시간의 경우 통행시간과 음의 상관관계를, 비가 정 활동시간들의 경우 양의 상관관계를 나타내고 있다. 즉 가정 활동의 경우 이동을 수반하지 않기 때문에 음의 결과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며, 상관계수값도 비가정 활동들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비가정 활동의 경 우는 활동장소의 이동거리 여부에 따라 통행시간이 좌우되기 때문에 활동 유형에 따른 양의 상관계수의 크 기가 다르게 나타났다. 특히 사교, 개인업무 등 비가정 기타 활동의 경우 일, 학업, 여가 활동에 비해 이동거 리가 길거나 이동횟수가 많아 통행시간과의 상관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비가정 일관련 활동은 직장에 서 업무 이외에 출장 등이 빈번한 경우 통행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통행시간이 증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비가정 학업관련 활동시간의 경우 음의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 이는 상대적으로 학업 활동이 많을수 록 통행시간이 짧은 것으로 나타나 주로 학생들이 학교나 학원 등에 머무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으며, 주 로 이들 시설이 거주지 근처에 위치하고 있어 이동거리도 짧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일 것이다. 비가정 활동 시간의 총합도 통행시간과 유의한 양의 상관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시계열적인 추세를 보면 2014년이 1999년의 상관계수보다 더 큰 값을 나타내고 있어 비가정 활동들을 위 한 통행시간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소득증가, 여가, 레저중심의 생활양식 변화 등으 로 교통수단 이용이 증가하거나 비가정 활동 장소가 기존 보다 확장되는 현상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 된다.
Ⅳ. 통행시간예산 영향요인 분석
1. 분석방법
앞장의 상관분석을 통해 통행시간이 비가정 활동시간과 상호 영향을 줄수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본 장에 서는 먼저 통행시간에 대한 영향요인을 분석하기 위해 회귀모형을 구축하였다. 이 회귀모형에는 기존 통행 시간예산 선행연구들에서 규명한 인구 및 사회경제적 요인들과 비가정 활동시간들을 독립변수로 고려하였 다. 이들 모형을 통해 독립변수간의 다중공선성도 검토하였다.
또한 비가정 활동시간과 통행시간의 상관성이 존재하므로 두 종속변수의 오차항간의 상관관계를 고려한 SUR(seemingly unrelated regression)모형을 구축하였다. 이 모형은 Zellner(1962)에 의해 개발된 방법으로 둘 이 상의 회귀방정식으로 구성되며, 각 회귀방정식의 오차항들간의 상관성이 높을 때 주로 활용된다. 특히 통행 시간예산 등의 주어진 예산(시간)하에서 각 항목들의 지출이 서로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 SUR형태의 모형을 많이 사용한다(Kim et al., 2016).
k개의 개별 회귀방정식이 있는 경우의 SUR모형의 일반적인 표현은 식 (1)과 같다.
여기서 yi는 종속변수이며, xi는 독립변수, βi는 독립변수의 계수, ∈i는 오차항, i = 1, …, k로 총 k개의 방정식이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SUR모형은 식 (2)와 같이 개인에 대한 개별방정식들의 오차항간의 상관계 수인 ρij (여기서 i, j = 1, …, k 이고 i ≠ j 임)가 0이 아님을 가정하고 있다. 만약 ρij가 0이면 각각의 개 별방정식에서 추정한 독립변수의 계수값과 동일하게 나타난다.
SUR모형은 일반적으로 회귀방정식 추정에 쓰이는 최소자승법(ordinary least square)이 아니라 GLS(generalized least square)방법을 이용하여 모형을 추정한다. 본 연구에서 추정하고자 하는 y 는 비가정 활동시간과 통행시 간이므로 i = 2 인 형태의 SUR모형을 의미한다.
2. 통행시간에 대한 다중회귀모형 추정
평일 통행시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하기 위해 통행시간을 종속변수로 하고 비가정 활동시간들과 인구 및 사회경제지표를 독립변수로 고려하여 다중회귀모형을 추정하였다. SPSS 19.0을 사용하여 각 연도별 로 모형을 추정하였으며, 1999년 모형의 경우 월평균소득에 대한 자료가 조사되지 않아 독립변수에 포함되 지 않았다. <Table 3>에서 볼 수 있듯이 모형의 적합도를 나타내는 R2값은 0.097~0.178로 다소 낮게 나타났으 나 개별통행행태적 측면에서 생활시간조사를 이용한 타 연구(예, Seo, 2000; Koo and Choo, 2016)와 유사한 수준이다. 또한, 다중공선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VIF(variance inflation factor)는 모든 모형에서 4이하의 값을 나타내 모형의 독립변수간에 다중공선성은 없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독립변수들의 계수를 살펴보면, 먼저 가구특성 변수의 경우 1999년 아파트 거주 및 주거면적 변수와 2004 년 임대거주(전세 또는 월세) 변수를 제외하고 모든 변수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 면에 개인특성의 경우 결혼유무(2004년은 통계적으로 유의함)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변수가 통계적으로 유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개인특성이 가구특성보다 통행시간에 영향을 더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남성의 경우 여성보다 통행시간에 양의 영향을 미치 것으로 분석되었으며, 시계열적으로 계수값이 증가하 고 있어 남성변수의 통행시간에 미치는 영향력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의 경우, 나이가 젊을 수록 통행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과거 대비 영향력이 더 커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 다. 이는 젊은층의 신체적 활동이 고령층에 비해 보다 활발하고 다양한 사회활동에 참여하므로 통행시간도 따라서 증가하기 때문이다. 대학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진 사람의 경우 통행시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그 영향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일반적으로 고학력 소 지자가 저학력 소지자에 비해 소득도 높고 일할 기회도 상대적으로 많아 다양한 활동 및 통행을 수반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고용변수인 근로자는 일상에서 출퇴근이나 업무 관련 활동을 동반하기 때문에 통행에 소 비하는 시간이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흥미롭게도 개인특성 중에 근로자 변수의 절대값이 가장 큰 것으로 나 타나 근로 유무가 통행시간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높음을 시사하고 있다.
월평균소득의 경우 1999년에는 조사항목에 포함되지 않아 해당연도를 제외하고 회귀모형을 구축하였다. 소득이 증가할수록 통행시간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소득층이 더 많은 일과 사회 활동에 참여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여진다. 시간에 따른 소득의 영향은 차이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추가로 학업, 여가, 기타 목적의 비가정 활동들을 독립변수로 반영하였으며, 이들 활동들은 집을 벗어나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동을 반드시 동반하므로 통행시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개인업무 등의 기타 목적의 비가정 활동시간은 모든 연도에 걸쳐 통행시간에 양의 영향을 미치며 다른 비가정 활동시간들에 비해 영향력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다른 목적의 비가정 활동시간들은 연도에 따라 통계적 유의성이 다르게 나타나 통행시간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판단된다.
3. 통행시간과 비가정 활동시간에 대한 SUR모형 추정
통행시간과 비가정 활동시간의 상관성을 고려하여 SUR모형을 추정하였다. 이 모형의 종속변수는 하루를 기준으로 각각의 활동들이 발생하기 때문에 각각의 시간을 하루 총시간인 1440분으로 나눈 비율을 사용하였 다. 이 같은 유형은 통상적으로 통행시간예산 모형에 주로 사용하는 형태이다. 모형에 포함되는 설명 변수는 기존의 통행시간에 대한 다중회귀모형에서 사용된 가구특성 및 개인특성 변수를 적용하였다. SUR모형은 NLOGIT 5.0을 사용하여 추정하였다. <Table 4>에서 볼 수 있듯이 SUR모형의 각 방정식의 R2값은 0.067- 0.323으로 비교적 양호하다. 직접비교는 불가하지만 기존의 가구통행실태조사를 이용한 통행시간예산 관련 연구(Kim et al., 2016)에서 추정한 SUR모형의 설명력과 유사한 수준이다. 주로 비가정 활동시간 모형이 통행 시간 모형보다 설명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비가정 활동시간이 통행시간 보다 사회경제적 요인에 의한 설명력이 높음을 시사한다.
독립변수의 계수를 살펴보면, 비가정 활동시간과 통행시간 모두 결혼유무를 제외한 개인특성이 모든 연도 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나타났으며, 가구특성 변수들은 연도에 따라 통계적 유의성에 차이를 보이고 있 다. 특히 아파트 거주와 주거면적 변수는 1999년과 2004년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했지만 영향이 미미한 것으 로 나타났다.
통행시간의 경우 회귀모형과 유사하게 남성일수록, 나이가 젊을수록, 근로자인 경우와 고소득인 경우가 비가정 활동시간과 통행시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대학 교육 이상 을 받은 사람들이 비가정 활동에 소비하는 시간은 상대적으로 적고 대신 통행에 소비하는 시간이 크게 나타 나 이동을 선호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근로자의 비가정 활동시간에 대한 영향력은 2004년 이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월평균소득 변수는 비가정 활동시간과 통행시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그 영향의 크기는 시간에 관계없이 거의 유사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또한, SUR모형의 시간 경과에 따른 가구 및 개인특성 변수의 계수값의 변화를 <Fig. 1>에 표시하였다. 다 만, 1999년의 모형의 경우 월평균소득 변수가 포함되지 않아 다른 변수들의 크기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이를 제외하고 2004년부터 2014년까지의 변화를 살펴보았다.
먼저 더미형태인 변수들 중에 시간에 따른 뚜렷한 변화를 보인 것은 근로자 변수로 비가정 활동시간 및 통행시간에 미치는 양의 영향력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직업의 다변화, 정보통신기술의 발전 등 사회적 여건변화에 따라 일과 관련한 다양한 활동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대학졸 업이상 변수와 주거면적 변수는 통행시간에 미치는 영향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학 력이나 주거규모가 통행시간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남성과 월평균소득 변수는 통행시간에 미치는 영향이 U자형의 증가패턴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속변수인 연령의 경우는 2009년 이후로 비가정 활동시간과 통행시간에 미치는 음의 영향이 일정하게 나타나고 있어, 이후에도 연령의 영향력이 일정수준에 머루르는 것으로 예측된다. 전반적으로 가구 및 개인 특성 변수들이 비가정 활동시간 및 통행시간에 미치는 영향력이 시간에 따라 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이 중 개인특성 변수들의 시간에 따른 변화폭이 상대적으로 큰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개인의 성향에 따 라 하루의 일과중 활동시간이나 통행시간을 배정하는 형태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Ⅴ. 결 론
본 연구는 1999년부터 2014년까지 서울의 통행시간조사 자료를 활용하여 통행시간예산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을 분석하였다. 이를 위해 통행시간에 대한 다중회귀모형과 비가정 활동시간 및 통행시간에 대한 SUR모형을 개발하였다. 이들 모형의 분석결과 인구 및 사회경제적 요인들이 통행시간예산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세부적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통행시간은 가구특성보다 개인특성(성별, 연령, 결혼 여부, 학력, 근로자 유형, 평균 월소득 등)에 더 많이 영향을 받는다. 또한 비가정 활동시간과 통행시간 사이에는 양의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비 가정 활동에 소비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관련하여 통행시간도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개인의 특성 중 남성과 근로자의 지위는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통행시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특히 월평 균소득은 통행시간을 증가시키는 주요한 요인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비가정 기타 활동이 다른 활동에 비해 통행시간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높게 나타났으며, 통행시간에 미치는 영향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증가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SUR모형에서 비가정 활동시간과 통행시간이 서로 양의 상관성이 있으 며, 통행시간에 대한 회귀모형과 마찬가지로 개인특성이 가구특성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되 었다.
일반적으로 도시의 교통정책은 주로 피크시간대의 교통 혼잡을 완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출퇴 근 통행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본 연구의 결과에서 비가정 기타 활동시간이 업무 관련 활동시간 보 다 오히려 통행시간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는 여가나 개인 활동을 즐길 수 있는 시설들이 주거지역에서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음을 의미하고 있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교통을 위해서는 주 거지역과 여가시설 또는 공공 및 편의시설들을 인접하여 배치하거나 다양한 용도를 혼합하는 형태의 토지이 용계획(mixed landuse)이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에서는 생활시간조사 자료를 이용하여 연도별 활동시간 및 통행시간과의 관계 변화를 분석하였다. 그러나 조사된 표본이 모집단을 대표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한계가 있으며, 일반적으로 통행시 간은 이용한 교통수단의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사항을 모형추정에 반영하지 못하였다. 따라서 향후 생활시간조사에 응답자의 활동시 출발지 및 목적지에 대한 항목과 이용 교통수단에 대한 정보 를 포함한다면 보다 종합적인 측면에서 활동시간과 통행시간에 미치는 요인을 시공간적으로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